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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 💕

by 근사한 삶 202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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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샤우나 샤피로 지음
박미경옮김
로크미디어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연민수행


이 책은 마음챙김, 자기연민 등 많은 분야헤서 고전이 될 것이다
-제임스 도티,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저자

완벽해지기 위해 끝없는 쥐어짜기만 하면 성장할 수 있을까?
진정한 성장은 '내 마음을 챙기는것'부터 시작된다!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챙김, 자기연민 가이드

샤우나 샤피로
산타클라라 대학교의 상담심리학 교수이자 작가, 명상과 자비 수행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전문가이다. 이전에는 아리조나 대학교의 앤드루 웨일 통합의학센터의 겸임교수로 근무했다. 샤피로 박사의 연구는 마음챙김 명상을 심리치료 및 건강 돌봄에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듀크 대학료에서 심리학과 명상 연구를 시작했으며, 최우등 성적으로 졸업한 후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으로 박사학위을 받았다.

MBSR (Mindfulness-Basec Stress Reduction) 과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훈련을 받은 그녀는 서구뿐 아니라 태국과 네팔에서도 지속해서 명상을 연구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치료법이 다양한 환자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심층 임상 연구를 수행했으며, 지금까지 150건 이상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고,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영역의 대학원의 교육에 공헌한 바를 인정받아 미국학회협의회로 부터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추천사

  인생은 더 명확하고 차분하게 바라보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단계를 배우고 싶은가? 이 가이드북은 행복을 안겨준다고 입증된 과학적 아이디어와 실천 지침을 제공한다. 내면을 가꾸고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세상을 더 어질고 자애롭게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유익한 접근 방식이 총망라 되어 있다. 아울러 전문 가이드인 샤우나 샤피로 박사가 주의 집중, 열린 마음, 친절하고 자비로운 태도를 갖추도록 안내해줄 것이다. 샤피로 박사는 이러한 자질이 건강한 삶을 가꾸는데 필수 요소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지난 20년 동안 샤피로 박사를 비롯한 헌신적인 연구진 덕분에, 이 책에 나오는 손쉬운 정신 훈련 단계가 당신의 몸과 뇌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예를 몇가지 살펴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되고 면역 기능과 심혈관 기능이 강화되며 염증이 줄어든다. 또한 염색체 양끝을 보호하고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 (말단소체복원효서)가 최적화되어 세포 건강이 유지되고,심지어 노화도 늦춰진다.

 

  손쉬운 정신 훈련으로 주의력과 열린 마음을 키우고 친절하고 자비로운 태도와 의도를 키워서 결국 뇌 구조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이 뇌 연구로 드러났다. 샤피로의 메시지가 보여주듯이, "뭐든 실천할수록 강화된다"라는 말은 뇌가 경험에 반응하면서 변한다는 신경가소성neuroplacity 원리에 대한 금언이다. 신경가소성이 일어나는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주의를 기울이는 곳에서 신경점화가 일어나고 신경망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알려 줄 것기다. 농담이 아니다. 정신을 집중하면 뇌의 물리적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이 수행에서 비롯된 기능과 구조상의 변화는 무엇인가?  '통합'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통합이란, 분화된 여러 부분을 연결한다는 뜻이다. 뇌를 예로 들면, 좌우 대뇌 반구를 연결하는 신경 섬유 다발인 뇌량 corpus sallosum 의 성장을 의미한다. 아울러 통합은 전두엽 피질과 해마로 알려진 연결망 linking networks 의 성장에서도 드러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뇌 통합 부위들만으론 부족했는지, 뇌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신경 세포들 간의 연결망 지도인 '커넥톰connectome'도 더 촘촘하게 완성될 거라는 사실이 연구 결과로 들어났다. 정말로 그렇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수행을 실천한다면 당신은 더 많은 통합을, 즉 '서로 더 연결된 커넥톰'을 구축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더 통합된 뇌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왜 중요하냐고? 뭐가 됐든 어떤 일의 과정과 규제를 한 가지 떠올려 보라. 연구 문헌을 찾아보면, 특정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과 그에 따른 규제는 모두 통합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여기에는 가령 감정과 기분, 생각과 추리, 도덕성과 상관적 행동, 공감과 자비, 심지어 주의와 의식 자체도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율 규제self-regulation'의 다양한 측면은 더 균형잡힌 삶을 살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심신의 안녕을 위한 초석이 된다. 그저 꾸준히 수행하기만 하면 우리는 더 집중하고 친절하며 열린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개인적 특성으로 자리 잡는다. 주의를 기울이는 곳에 신경 연결이 생겨나고, 수행하면 할 수록 더 강화된다. 

  샤우나 샤피로는 의대생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방법, 마음 챙김을 일상생활에 구체적으로 투영하는 방법, 자기 자비가 마음가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에서 중요한 역활을 담당했다. 샤피로는 특히 문화와 교육, 임상 실습과 과학적 연구 등에서 마음챙김에 대한 우리의 흥분이 단순히 주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음을 치유하고 인간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회복력을 기르는 자질인 호의의 태도가 마음챙김에 포함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과학적 연구에서 차지한 중요한 역활을 넘어, 샤피로는 의학적 도전에 직면하여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훈련을 통해 호의의 태도로 의식을 여는법을 익혀 마음챙김을 자기 발전의 중요한 계기로 삼았다.

 

  나는 샤피로 교수와 10여 년 동안 알고 지내면서 국내외 여러 워크숍과 학회에 함께 참석했다. 샤피로 교수의 가르침이 다양한 부류의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선사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이 책은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이끌기 위한 그녀의 과학적, 교육적, 개인적 여정의 정수를 뽑아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참으로 즐거웠다. 그녀의 지혜로운 가르침을 배우면서 울고 웃고 더 충만하고 더 자유로워졌다. 이 책을 펼쳐든 당신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당신 인생을 호의와 사랑으로 채워줄 멋진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 여정을 얼른 떠나보라~

 

-대니얼 J. 시겔 Daniel J. Siegel,  마인드사이트 연구소 Mindsight Institute 소장, UCLA 정신의학과 임상 교수 <알아차림:현존의 과학과 현존의수행 Aware : The Science Practice of Presence > 의 저자

 

 

 

Part1

 

뭐든 실천할 수록 강화된다.

 

01 한 승려의 속삭임

 

  뇌를 재설계해서 인생을 바꾸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해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수행은 뇌 회로를 더 침착하고 명확하고 만족스럽게 하는 로드맵을 제공한다. 게다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다. 15세기 인도의 시인인 카비르Kabir 가 말했듯이, '어디에 있든 바로 그곳이 시작점이다.'

 

  내 시작점은 그야말고 최악의 상황에 찾아왔다. 열일곱 살 때 나는 척추에 쇠막대를 박은 채 병원 침대에 누워 꿈꾸던 인생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라구나 해변에서 꿈같던 나날이 펼쳐질 줄 알았다. 나는 학교 배구팀 주장으로 주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했고, 듀크 대학교의 NCAA 배구팅에서 뛸 수 있도록 조기 입학 통보까지 받은 상태였다. 

  졸업을 몇 달 앞둔 어느 날, 나는 정형외과 진료실의 진찰대에 앉아 주치의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척추측만증을 추적 관촬하려고 꾸준히 정기 검진을 받아온 터였다. 태어날 때무터 등뼈가 조금 휘어져 있었지만, 사는 데 전혀 지장은 없었다. 그날도 별 걱정 없이 주치의에게 우리 팀의 우승 소식과 튜크대 합격 사실을 자랑하고픈 마음뿐이었다.

 

  문이 열리자 나는 진찰대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런데 주치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샤우나,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네 척추측만증이 악화되었구나. 조취를 취하지 않으면 뼈가 폐에 구멍을 낼 판이야. 아무래도 수술하는 게 좋겠다."

  갑작스런 그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것만 같았다. 정신이 멍해지더니 이내 공포심이 확 밀려들었다.

 

  수술 날짜를 잡고 몇 주 동안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연옥에 갇혀 지냈다. 척추에 기다란 쇠막대가 꽂혀 있는 이미지가 눈앞에 계속 어른거렸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미치기 일보 직전 이었다.

  수술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땐,  연옥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극심한 통증으로 숨도 쉬기 어려웠다. 내가 알던 인생이, 내가 꿈꾸던 미래가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재활치료를 받던 몇 달 동안, 낮선 사람의 육체에, 더 나아가 낯선 사람의 정신에 들어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는기분이었다. 당차고 발랄한 십 대는 사라지고, 소심하고 겁먹은 계집애만 남아 있었다. 사소한 움직임마저 어색하고 고통스러웠다. 

  몸보다 마음이 더 나를 괴롭혔다. 나는 병상에 누워 절망과 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자꾸만 빠져들었다. 

  '평생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하는 걸까? 배구를 영영 못하게 될까? 대학에 들어가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겠지. 그래, 나 같은 사람을 누가 사랑하겠어? 시뻘건 흉터가 있는 이 망가진 몸에 누가 끌리기나 하겠어?'

 

  나쁜 생각을 밀어내고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애썼지만, 내 안에서 비롯된 두려움과 고통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친구들을 불러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면서 정신을 딴 데로 돌려도 봤지만, 치솟는 불안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순간에 희망이 찾아왔다. 아버지와 나의 깊은 애정을 공유하긴 했지만, 걸핏하면 사소한 일로 다투곤했다. 그런데 내 수술을 계기로 부녀 관계가 확 달라졌다. 나는 아버지가 병실로 들어오던 그날을 평생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사랑과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책을 한 권 내밀었다. 마음 챙김 분야의 서구자, 존 카밧진 이 쓴 <어디에가든, 당신은 그대로 당신이다>라는 책이었다. 

첫 단락을 읽는데 숨이 턱 막혔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가? 그 점이 중요하다. "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지난 몇 달 동아 자취를 감췄던 가능성이, '내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통증에 가려 있던 회복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치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나는 마음챙김에 관한 책과 기사와 에세이를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다. 일고 수행할수록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다.과거를 돌아보면 우울해하거나 미래를 내다보며 불안해하는 대신, 현재의 자잘하고 평온한 순간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열린 창문으로 훅 끼쳐든 바다 냄새가 나를 감쌀 때, 따사로운 석양이 밤을 위해 서서히 물러날 때와 같은, 순간과 순간 사이에 끼어 있는 자잘한 순간들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버지가 부는 플루트 소리마저 감미롭게 들렸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친구들 앞에서 플루트를 불면 기겁하며 말렸는데 말이다.

 

  마음이 안정되자 몸의 통증을 대하는 내 자세가 달라졌다. ' 내통증'이 아니라 '그 통증'으로 바뀐 것이다. 두려움을 상황을 더 나쁘게 보던 성향이 줄어들면서 평온한 순간에 주목하게 되었다. 통증은 여전했지만, 전보다 덜 괴로웠다.   진전은 더뎠고 거의 감지하기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나는 작은 진전도 아주 예리하게 포착했다. 미미한 개선 하나하나가 나를 계속 나아가도록 부추켰다.

 

  수술 받고 4개월쯤 지나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환자용 침대에 누워 지냈지만, 상처가 잘 아물어갔고, 이젠 혼자서도 걸을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괜찮아질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때를 회상하며 요즘도 눈물을 훔치곤 한다.

 

  하루는 내가 뜬금없이 수영하러 해변에 가겠다고 선언했다.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는 배구팀의 칙칙한 회색 수영복 대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란색 수영복을 입었다. 그리고 수척한 몸으로 모래밭을 조심조심 걸어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엄마는 하얀 물보라가 시뻘건 내 흉터를 싹 씻겨내든 감싸던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물결이 내 머리 위로 확 밀려왔다. 물속에 잠겼다가 다시 떠오르기 직전, 나는 속에서 생명의 불꽃이 확 타오르는 것 느꼈다. 다시 태어났다는 느낌이 들면서 새로운 힘이 용솟음쳤다. 그 순간, 엄마와 나는 내가 괜찬아질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날의 수영은 대변환의 시작이었다. 감지하기 힘들 만큼 몸은 더디게 회복되었지만 내 믿음과 즐거움과 희망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지든 내 안에는 파괴할 수 없는 뭔가가 있음을 알았다. 내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4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나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끈적끈적한 열대의 무더위를 뚫고 질주했다. 시계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위태롭게 질주하면서 혹시라도 떨어질세라 로빈의 허리를 두 팔로 꽉 감싸 안았다. 태국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날이었다. 우리는 폭포 아래에 숨겨진 사원을 찾아가고 있었다.

 

  로빈은 듀크 대학에서 만난 친구다. 오전 8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던, 크레이크헤드 박사의 이상심리학 과목을 수강하다 만났다. 나는 부지런한 신입생이었고, 로빈은 '거침없는'2학년생이었지만, 우리는 죽이 척척 맞았다. 심리학, 남자 친구, 삶의의미 등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듀크대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데, 런던에서 근무하던 로빈이 전화를 걸어 네팔과 태국으로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는데 나도 합류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수 세기 동안 마음챙김 수련이 이뤄진 곳으로 절친과 모험을 떠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단박에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흐르는 땀 때문에 눈이 따가웠지만, 로빈은 폭포 사원으로 가는 길을 표시한 작은 표시판을 용케도 발견했다. 허리부터 휘감은 사롱과 슬리퍼 차림으로 벌레를 쫓아가며 우거진 숲길을 뚫고 나가는게 쉽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기어이 찾아갔다. 햇빛에 반사된  무지갯빛 폭포수가 굉음을 내며 쏟아졌다. 폭포 너머에 사원이 있었다. 

  우리는 이끼로 덮인 미끄러운 돌계단을 기듯이 내려갔다. 밑에 도착하자 황색 승복을 걸친 승려 한분이 서 있었다. 그는 놀란 기색도 없이 우리를 반기더니 함께 명상을 하자고 청했다.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초라한 석조 건물로 다가가자 진한 향내가 풍겼다. 덩굴로 뒤덮인 돌벽 안쪽에 작은 불상과 촛불 하나로 꾸며진 수수한 제단이 보였다. 제단 주변엔 명상용 방석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세상에, 이게 꿈이야 생시야? 진짜 승려에 진짜 사원에 진짜 명상용 방석이라니!

  감격할 새도 없이 명상이 시작되었다. 눈을 감자 순식간에 몸과 호흡이 확장되었다. 어떤 느낌인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누비이불 감싸이듯 마음이 편안하고 명료하고 차분해지면서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술받은 지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내 몸이 편하게 느껴졌다. 통증이 사라지고 두려움도 싹 가셨다. 내 몸의 경계가 스르르 녹아내리며 세상 만물과 하나로 연결된 것 같았다.

  명상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고개를 돌리자 로빈이 손목시계를 들어 보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한 시간이나 지났어!"

 

  나한테는 그 시간이 한순간처럼 느껴졌다. 행복감에 들떠 사원을 나서려는데 승려가 내 눈을 유심히 쳐다보며 속삭였다. 단 두마디 말이었지만, 울림은 그 어떤 조언보다 강력했다. 

"계속 수행하세요."

  일주일 뒤, 승려의 속삭임에 힘입어 나는 태국의 한 사원에 가서 처음으로 명상 수련회에 참여했다. 승려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고, 나는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폭포 사원에서의 경험도 있고 마음챙김이 현재에 머무는 것임을 알기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아니, 얼른 시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첫날 아침,  우리는 널찍한 명상실에 모였다. 연꽃으로 가득한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는데, 첫 명상 수련회를 시작하기에 이보다 멋진 곳은 없을 듯싶었다. 

  어눌한 영어로 주어진 지침은 쉽고 간단했다. 코로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느끼라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시작했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정신이 흐트러졌다. 얼른 가다듬고 다시 호흡했다.들이쉬고 내쉬고, 젠장! 정신이 또 흐트러졌다. 

  그때까지 마음챙김에 대한 내 연구는 대부분 이론에 지나지 않았다. 실전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폭포 사원에서 맛봤던 평온하면서 힐링된 경험과 유사할 거라 기대했지만, 정신을 현재에 붙잡아두기가 어려웠다. '내가 그때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 그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면서 과거로 흘러가거나,'------------하면 어떨까?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때 난 뭘 어떻게 할까?'라고 미래로 훌쩍 내달았다.

 

  억지로 마음을 붙잡으려 하면 할 수록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마음챙김과 관련된 글을 읽다가 자주 접했던 '몽키마인드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원숭이가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듯이 이 생각 저생각으로 마음이 어수선했다. '완벽한' 장소에서 '완벽한' 명상수련회를 맛보려던 희망이 무너졌다. 언어장벽에다 묵언 명상회여서 승려들에게 내 어려움을 호소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내 멋대로 자기 판단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넌 이거 하나 제대로 못 하니? 이럴거면 여기 왜 있어? 정신적으로 성숙한 줄 알았는데 순 엉터리였구나.'

  설상가상으로 나는 주변 사람들, 심지어 승려들까지 판단하기 시작했다.

  '저들은 여기 왜 앉아 있는 거야? 뭐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  다행히 다음 날 영어를 구사하는 승려가 런던에서 날아왔다. 나는 그 승려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내가 얼마나애썼는지, 그리고 내 마음챙김 수행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얘기하자 그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맙소사, 당신은 마음챙김을 수행한 게 아니라 판단력과 조바심과 좌절감을 수행했군요."

  그 승려가 뒤이어 한 말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뭐든 실천할수록 강화됩니다."

승려는 당시 신경과학자들이 막 발견하기 시작한 뇌의 근본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가 순간순간 실천하는 것은 뭐가 됐든 우리 뇌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뭐든 실천할 수록 강화된다.

승려는 판단력으로 마음챙김을 수행하면 판단력이 강화되고 좌절감으로 수행하면 좌절감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마음챙김은 단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그치지 않으며,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