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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왓칭은 모든것을 바꿔놓는다/김상운지음

by 근사한 삶 202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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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신이부리는 요술)

왓칭/ 신이부리는요술

1왓칭은 모든것을 바꿔놓는다. 

 

마음을 바꿔놓는다

 

 막무가내로 생떼를 쓰는 아이. 순식간에 뚝 그치게 할 수 있을까?

그 비밀에 눈뜨는 순간, 당신은 그 누구의 마음도 쉽게 바꿔놓을 수 있다.

 

"엄마가 그건 안 된다고 했지?"

 엄마들은 대게 이렇게 을러댄다. 그러면서 함께 감정의 불길에 뛰어든다. 언젠가 마트에 갔을 때도 그랬다. 장난감 코너 앞에서 한 남자아이가 닌텐도 게임을 사달라며 얼굴이 뻘게지도록 악을 쓰며 울어대고 있었다. 

 

"요게 정말!"

 쩔쩔매던 엄마는 아이의 볼기짝을 때렸다. 아이는 뚝 그치기는커녕 자지러질 듯한 울음으로 응수했다. 엄마도 뿔이 날 대로 났다. 거세게 팔을 잡아끌었지만 아이는 막무가내로 내팽개쳤다. 그 엄마는 아이가 품고 있는 불만 덩어리를 억누르려 하고 있었다. 억누르려 드니 고무공처럼 자꾸만 뛰어 올랐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이러니 효과'이다.

"애, 너 저 게임기 갖고 싶지?"

 내가 자신의 불만을 끄집어내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순간,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치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저씨도 엄청나게 갖고 싶단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못 사고 있어 그런데 저게 얼만지 알아?"

아이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내저었다.

 "굉장히 비싼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는 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걸 갖는 방법은 두 가지야. 첫째, 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사는 거야, 동전을 모아도 좋아. 둘째, 누가 선물로 줄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넌 어떤 방법이 좋다고 생각하니? 방법은 너 스스로 정하는 거야."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나중에 돈 벌어서 살 거예요."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다.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언제 난리를 떨었느냐는 듯 깡총깡총 사라졌다. 아이는 왜 울음을 뚝 그쳤을까? 낮선 내가 무서웠거나 내 설득력에 감동해서였을까? 나는 그저 자신의 불만에 함몰돼 있던 그 아이가 그 불만을 끄집어내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해줬을 뿐이었다. 그 불만은 바라보는 순간 저절로 물러갔다.


 

내 안에서 치솟은 화도 남의 일인 양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쉽게 사라진다. 일요일 당직을 서던 날이었다. 느지막하게 초밥집을 찿아갔다. 식사가 중간쯤 돼가는데 웨이트리스가 샐러드 접시를 테이블에 땡그랑 떨어뜨렸다.

"어머!"

 샐러드 소스와 유리조각들이 내 바지로 마구 쏟아져 내렸다. 얼굴이 찡그려졌다. 바지 오른쪽이 온통 샐러드 소스에 뒤덮였다. 엉망이 된 바지늘 입고 사무실에 드나들 생각을 하니 화가 치솟았다. 예전 같으면 반사적으로 화를 냈을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화에 휩싸여 괴로워했다. 심장이 뛰고, 눈이 충혈되고, 독기가 온몸에 퍼져 나갔다. 화는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니 당연히 나와 한 몸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무조건 화를 내게서 분리시켜놓고 바라본다. 화를 낼 것인가. 참을 것인가? 화를 내고 나면 늘 후회한다. 그래서 나는 피어오르는 화 덩어리에 "화"라는 딱지를 붙여 바라본다. 바로 그 순간 화는 생명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맑은 하늘이 구름 한 조각처럼 살포시 물러간다.

 

 "정말 죄송해요. 손님!"

 웨이트리스는 새로운 세팅을 하며 연신 사과했다. 나의 화는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눈에 안 보이는 화 덩어리도 저마다 독자적인 생명력과 지능을 갖고 있다. 에너지장 촬영장치인 키를리안 사진기로 찍어보면 화덩어리가 머리에서 빠져나와 가슴으로 되돌아가는 게 선명하게 목격된다. 그래서 그걸 그대로 구겨  넣고 살면 마침내 병이 되지 않는가? 아인슈타인이 "화도 어린아이처럼 달래줘야 하는 에너지 덩어리" 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것도 그래서다. 따라서 화 덩어리는 가슴에 품어두지 말고 따로 떼어내 남처럼 객관화시켜 바라보아야 한다. 그 간단한 행위만으로 쉽게 누그러진다. 

 

 화가 사라지면 연민의 감정이 밀려온다. 문득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 아이도 나중에 크면 이런 일을 아르바이트로 할지 모르지 않는가? 만일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면? 설사 손님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그날 온종일 기분이 가라앉을 것이다. 지금 그 웨이트리스도 신경이 곤두서있을 것이다. 

 

 내가 "접시 떨어뜨려서 깜짝 놀랐죠?" 하며 미소 지었더니 그녀도 방긋 따라 웃었다. 그 한 마디로 그녀도 자신의 '깜짝놀란마음'을 바라보게 되었고, 바라보는 순간 불안은 날아갔다. 아마도 그녀는 그 작은 실수를 잊고 그날 오후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을 것이었다.


 

지능을 바꿔놓는다

 

관찰자 효과는 내 머리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전에는 짧은 기사 하나를 쓰다가도 생각이 막히면 얼굴에 화가 오르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다. 배도 더부룩해져 소화도 안 됐다. 그렇게 앉아 있다고 멋진 기사가 써지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도 점점 떨어져 가는것 같았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까먹어 어색해진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매일 걸던 고향집 전화번호가 돌연 떠오르지 않아 무척이나 당황했다.

 

 '벌써 치매가 찾아온건가?'

 

그런데 관찰자 효과를 이해하면서 뜻밖의 변화가 찿아왔다. 우선 기사를 쓰는 속도나 독서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졌다. 아이디어도 불쑥불쑥 잘 떠오르고 선명해졌다. 특히 내게 전혀 생소했던 양자물리학 책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어느 땐 저자들이 책에 써놓은 것보다 저자들의 의도를 더 깊이 파악하기도 한다. 하도 신기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럼 내 영어 실력도 좋아졌을까?'

 

 호기심에서 미국의 대학원 입학 자격시험 격인 GRE를 다시 응시해보았다. GRE는 20년 전 경제부 기자 시절 미국 대학원에 연수를 가기 직전 딱 한 번 쳐본 게 전부였다. 나는 시험성적을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영어부문에서 전체의 최상위 1퍼센트에 든 것이다. 물론 미국학생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신기한 일 아닌가? 무려 20년간이나 영어공부를 따로 하지도, 영어학원에 다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알파벳도 몰랐으니 영어 조기 교육의 효과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관찰자 효과가 내 머리에 어떤 요술을 부린 걸까? 머리를 확터놓은 걸까? 시각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지능에 정말 신기한 변화가 저절로 일어나는 걸까?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성적이 형편없는 빈민지역 1학년 아이들을 '학자'라고 불러주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학자로 바라보도록 한 것이다. 그는 교실에 누가 찾아오면 아이들을 학자라고 소개했다. 또 아이들로 하여금 학자가 무슨 뜻인지 방문객에게 직접 설명해주도록 유도했다.

 

 "어린이 여러분, 학자가 뭐하는 사람이라고 했죠?:

 "학자는 새로운 걸 배우고, 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은 일제히 목청 높여 이렇게 대합하곤 했다. 교사는 이런 말도 해주었다. "여러분은 학자예요. 그날 배운  걸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가르쳐주세요. 학자는 남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공부라면 얼굴부터 돌리던 아이들이 정말 배움을 즐거움으로 여기게 됐다. 그리고 몇 달 후 시험을 쳐보니, 아이들의 성적은 놀랍게도 벌써 2학년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여러분은 이제 2학년생입니다."

교사는 실제로 봄방학이 되기 전에 1학년 수료실을 열어주었다. 1년과정을 불과 몇 달 만에 마친 아이들은 스스로를 "2학년생"이라고 부르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1학년이 끝나갈 때쯤 되자 아이들의 90퍼센트 이상이 3학년 수준을 뛰어넘는 읽기 능력을 갖게 됐다. 불과 아홉 달 전까지만 해도 그 지역에서 가장 공부 못했던 말썽꾸러기들이 가장 공부 잘하는 우등생들로 탈바꿈한 것이다. 미국 조지아 주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존스의 이야기다.

 

성적은 그렇다 치자. 그럼 예술적 재능은 어떨까? 예술적 재능도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껑충 뛰어오를까?

 연아와 선아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다. 타고난 재능도 똑같다. 부모의 교육 수준도 똑같다. 부모나 조부모, 가까운 친척들 가운데 피아노에 재능을 발휘한 사람도 없다. 유전적 환경이 비슷한 이 두 아이에게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양의 연습을 시키면 나중에 그 실력도 똑같을까?

 

 심리학자 맥퍼슨은 악기를 연습중인 어린이 157명을 장기간 추적해보았다. 그런데 9개월쯤후부터 아이들의 실력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거참 이상하네. 연습량도 똑같고 다른 조건도 다 비슷한데 도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는 거지?"

그는 문득 연습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더올렸다.

"넌 음악을 얼마나 오래 할 거지?"

아이들의 대답은 크게 세 가지였다.

 

" 전1년만 하다가 그만둘거예요."

'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할 거예요."

"전 평생 하며 살 거예요."

 

 그는 아이들의 실력을 비교해 보고 깜짝 놀랐다. 평생 연주할 거라는 아이들의 수준이 1년 만 하고 그만둘 거라는 아이들보다 무려 네 배나 더 높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기간 동안 똑같은 시간 연습했는데도 말이다.

 

"그럼 평생 하겠다는 아이들의 연습량을 확 줄여보면 어떨까?"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평생 하겠다는 아이들은 설사 일주일에 불과 20분씩만 연습하더라도 한 시간 반씩이나 연습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실력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자명했다. "전 1년만 하고 그만둘 거예요 "라고 말한 아이들은 자신들을 음악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전 평생 하며 살거예요" 라고 말한 아이들은 '난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마음속에서 음악가로 바라보는 아이들은 남들보다 훨씬 적게 연습해도 마치 이미 훌륭한 음악가가 된 것처럼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자신을 누구로 바라보느냐 하는 단순한 시각의 차이가 재능의 차이를 이토록 어마어마하게 벌려놓다니,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자신을 음악가로 바라보는 아이는 음악을 완전히 받아들일 자세가 돼있다. 즉, 음악에 관한 한 마음을 활짝 열어놓는다.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난 음악가" 라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음악적 재능이 무려 네배도 넘게 껑충 뛰어오르는 것이다. 관찰자 효과를 알게 된 뒤 내 머리가 돌연 확 트인 느낌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 

 

왓칭/신이부리는요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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